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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4공단 불산가스 유출 현장, 8일째 - 긍정의뉴스

긍정의 뉴스 2012. 10. 6. 10:42

구미는 잔뜩 찌푸리고 있다. 비가 올까 걱정이 된다. 비가 내리면 어쩌면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대기에 가스누출 위험이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들을 들으며, 나는 8일째를 맞고 있는 구미시 산동면 봉천리로 향했다. 마치 찾아가는 즈음이 점심때라, 마을회관에서 공동으로 모여 함께 한다는 취사현장을 둘러보았다.


봉산1리 마을회관앞에서 식사를 함께 하는 주민들


봉천리에 도착하여 마을회관이 어디냐고 여쭈니 말 그대로 순박하게 생기신 아저씨한 분이 친절히 가르켜 주신다. 그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보니 아주머니들과 젊은 분 몇 분이 모여계시는 마을회관이 눈에 들어온다. 구미시 산동면 봉천리 마을회관이었다

벌써 밥 내음이 먼저 달려 나오고 있다. 회관 앞에 쌓아놓은 쌀가마니가 왠지 처량하게 보인다. 과연 이렇게 취사를 하는 것이 맞는지 물었다. 모르겠단다. 그리고 그 표정이 울상이었다. 괜히 물어본 것 같았다. 구미시가 들어가라니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밖에서는 이미 식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찌푸린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들과 점심을 함께 하였다. 옆에 계신분께 “지금이라도 대피해야 하는게 아닐까요?”라고 하니 “지금까지 있었는데 어딜 가란 말입니까?” 왠 사후약방문이냐다.

식사가 끝나고 봉천리 들판을 바라보았다. 이미 불산가스가 휩쓸고 간 들판에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잔뜩 찌푸린 하늘 비가 오면 어쩌나 싶었다. 방문객에 불과한 자의 느닷없는 걱정이었다. 잠시 남유진시장을 멀리서 뵈었다.

4공단으로 향했다. 휴브글로벌로 가는 길이다. 4공단에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들 제갈 길만 갈뿐, 아무런 일도 없다는 풍경이었다. 휴브글로벌 앞 공장과 옆 공장에서 몇몇 분이 일을 하고 계시는 것이 보였다. 한곳을 방문하여 보았다. 출입구에 0000이사장 명의의 쪽지가 한 장 붙여져 있었다.

들어간 그 업체에서는 새로 산 방독면을 사용하려고 손질하고 있었다.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이 방독면이 이번 불산 가스 사고로 인해 지급된 것인가요?”, “아뇨, 우리가 직접 구입한 것인데요, 위엣 분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가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구입한 것인데요.” 드릴 말씀이 없었다. 그리고 휴브글로벌에서 이러 위험한 물품을 사용하는 것을 알았냐고 물어보았다. “아뇨, 몰랐습니다. 불산이란 것이 이렇게 위험한 물건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할 말이 없었다. 네, 몸조심하고, 수고하시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사고 이후 굳게 닫혀져 있는 사고현장


그리고 사고를 낸 휴브글로벌 앞이다.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또 다른 한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와 있었다. 0000라는 표시만 써져 있을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한 것이 없었다. 내부에는 차량 몇 대가 방치되었는지 주차되어 서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위쪽 일본회사가 운영한다는 A업체는 현장이 잘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분들 역시 병원엘 다녀왔으며, 자신은 멀쩡하다고 하는 직원의 자신 없는 표정이 눈에 밟혀왔다. 도대체 무엇이 있어 그들을 이렇게 기준치가 초과되고 있는 현장으로 내몰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의 목숨보다, 안전보다 무엇이 더 중요하단 말인가?

휴브글로벌 옆공장은 문이 닫혀 있었다. 여긴 휴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러보다보니 한 분이 나오신다. “사장님”하고 불러본다. 그분이 다가오셔서 “취재하러 오셨습니까?”, “취재는 아니고, 불산 사태가 심각하다고 해서 와보았습니다.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하니, 들어와서 사진 찍는 것을 허용하시겠단다, 참으로 고마웠다.

현장을 보여주시겠단다. 불산가스가 누수 된 탱크롤러가 보였다. 불산이 들어있는 탱크롤리(?)를 앞에 두고, 어처구니없이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두 개의 회사가 붙어 있었다. 다시 한 번 물었다. “여기에서 불산가스를 사용하고 계시는지는 알고 있었나요?” “아뇨, 위엣분은 어떤지 모르지만 우리는 불산가스 사용하는 줄도 몰랐고, 화장품 팩을 딱는 그런 물질을 사용한다고 얘기 들었어요. 그리고 불산가스가 그렇게 위험한 물건인줄도 몰랐고요, 그걸 알았다면 사고당일 구경까지 했었겠어요?” 그리고 막막해 하는 나를 이끌고 보여주시는 것이 고추밭과 숲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운전해서 타고 다니시던 오토바이였다. 쇠란 쇠는 다 부식하고 녹이 슬었다.

그리고 들어왔던 길 앞에 놓여있던 전봇대에서 떨어진 애자인지가 보였다. 그리고 깨어진 항아리, 그리고 녹아내린 외부창이 보였다. 불산가스의 대단한 위력을 내 눈으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무실 하나를 사용하더라도 불이나면 어떻게 할까, 지진이 나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그런데 이런 위험한 가스를 사용하고 있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떻게, 불이나면, 지진이 나면 이런, 이런 방식으로 대책하겠다는 안전메뉴얼 하나 만들어놓지 않았을까? 
 

9월 28일 오전 11시, 시민들에게 불산가스 사고에 대해, 상황종료를 알리고, 마을주민 및 아파트별 방송을 통해 정상 활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밝혔다, 밝혔다는 말이 내 귀가를 맴돌았다.

오는 길에 산호대교 앞 가로수를 보았다. 불산가스에 노출되어 피해를 입었는지 가로수 잎이 말라있었다. 왜, 사람들을 이렇게 신속히 귀가조치를 시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과 섞이면 더 위험하다는 불산가스에 대한 지식도 없이 물로 청소를 해낸 얼굴도 모르고 자기 임무에 충실하던 소방관이 미워지려고 한다. 찌푸린 구미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이건 아니었다. 무사안일이 부른 인재라는 생각을 접을 수가 없었다. 말로서는 그리 많은 자랑을 하면서 어쩌면 사소할 수도 있는 이런 일에 이렇게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을까? 작년 5월, 단수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구미시에서 속 시원한 대답을 듣기 어려웠고, 쉬쉬하면서 숨겨왔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개시민이지만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반드시 구미를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불산, 한번 노출이 되면 제거가 되지 않고 사람신체에서 뼈를 녹이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무서운 특성을 지닌 가스라고 하며, 불산의 분해에 완전히 저항할 수 있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에서 언제까지 살아야하느냐”고 절규하고 있는 구미 불산사태는 제2의 페놀 사건을 능가하는 사건이 될 것 같다는 위험한 생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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